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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껍질’ 조절해 ‘밀당’ 잘하는 수소 촉매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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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반응에는 ‘촉매’가 꼭 필요하다. 기존에는 효율이 좋은 귀금속(백금)을 썼는데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백금을 대체할 물질이 꾸준히 개발되는 가운데 ‘원자 구조를 조절해 촉매 효율을 높인 연구’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UNIST(총장 정무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백종범 교수팀은 중국 연구진과 공동으로, 이리듐(Ir)-질소(N)-탄소(C)로 이뤄진 수소발생 촉매를 합성했다. 이 촉매는 수소 원자를 당기고 밀어내는 두 작용을 적절히 해내, 백금보다 낮은 과전압(overpotential)에서 수소발생 반응이 일어난다. 효율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촉매인 셈이다.

 

 

[연구그림] 그림 1. 수소발생반응의 반응 원리를 보여주는 모식도

그림 1. 수소발생반응의 반응 원리를 보여주는 모식도. 물에 있는 수소원자(H)가 촉매 표면에 흡착하여 생성반응을 일으켜 수소분자(H2)가 되어 탈착되는 과정

수소발생반응에서 촉매는 두 조건을 맞춰야 한다. 먼저 물속에 있는 수소 원자가 촉매에 잘 붙고(흡착), 수소 원자가 두 개 모여 분자가 되면 촉매 표면에서 잘 떼져야(탈착)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소발생 촉매의 수소 흡착(adsorption)과 탈착(desorption) 성질은 서로 반비례한다. 따라서 흡착과 탈착 반응 사이에 적절한 조율, 즉 ‘밀당’을 잘하는 물질이 좋은 촉매다.

연구진은 원자내 전자들의 모양과 에너지를 확인 할 수 있는 범밀도함수 이론을 활용한 계산을 통해, 질소와 탄소로 이리듐의 흡착 및 탈착 에너지를 조절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리듐은 백금을 대체할 차세대 촉매로 꼽히는 물질이다. 하지만 수소발생반응을 위한 수소 원자를 흡작하는 부분에 어려움이 있었다. 수소 원자가 이리듐 표면에 붙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높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리듐의 흡착 에너지를 낮추는 데 질소와 탄소로 이리듐 원자의 전자껍질(Orbital)을 조절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리듐 주변에 전자를 좋아하는 성질이 큰 질소와 탄소를 적절히 배치해 수소 원자를 당기는 힘을 키워준 것이다. 줄다리기할 때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당기는 힘이 더 커지는 원리와 같다.

[연구그림] 그림 2. IrHNC의 투전자현미경 (TEM) 이미지

그림 2. IrHNC의 투전자현미경 (TEM) 이미지 촉매 가운데가 비어있고(a), 이리듐 결정이 0.22nm로 분포함(c)을 확인 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내용을 원자 내 전자들의 모양과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는 ‘범밀도함수 이론’으로 계산했다. 이론적 계산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가운데 공 모양의 빈 공간을 갖는 이리듐질소탄소(IrHNC)’ 촉매를 합성했다. 공 모양의 플라스틱(폴리스타이렌) 입자 표면에 세 원소를 입힌 후 플라스틱을 제거하는 방식을 쓰자, 속 원형의 입자 표면에 이리듐과 질소, 탄소가 균일하게 분포됐다.

이 촉매의 전기화학적 수소발생 성능을 산성(acid) 환경에서 확인한 결과, 백금 촉매(Pt/C)와 순수한 이리듐(Ir) 나노입자보다 훨씬 뛰어났다. 또 열분석장비로 살펴본 결과 귀금속인 이리듐 함량도 7% 정도로 확인됐다. 이리듐 역시 귀금속이지만 소량만 사용하면서 값싼 탄소와 질소와 섞어 고효율 촉매를 만들어낸 것이다.

제1저자로 연구를 주도한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펑 리(Feng Li) 박사는 “좋은 성능만 쫓아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는 방식에서 전자껍질(오비탈)을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촉매 효율을 높인 연구”라며 “이번에 쓰인 방식을 활용하면 다른 금속 기반의 촉매를 설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백종범 교수는 “질소나 탄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고가인 이리듐을 아주 소량만 사용해 고효율 촉매 개발에 성공했다”며 “상용화될 경우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스로의 생각에 대한 생각, 메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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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성현들의 격언 중에서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와 닿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네 자신을 알라”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곧 앎이다”라는 공자의 말과 “너 자신의 무지를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도 최근에 자주 곱씹어보게 된다. 아마도 공부를 할 때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거나 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할 때 나 자신의 지식, 사고, 행동, 마음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함과 동시에 스스로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현자들의 가르침은 인지심리학이나 교육학에서 최근 강조하고 있는 ‘메타인지’와도 연결이 될 수 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이 개념을 처음 학문적으로 설명했고 1970년대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J. H. Flavell)이 메타인지라라는 용어를 만들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생각’ 또는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의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는 개념을 생소하게 느낄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객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메타인지 능력은 다른 동물과 인간을 구별해주고 AI가 넘보기 어려운 인간 고유의 능력이다.

메타인지는 최근에 교육학이나 심리학 분야에서 강조하면서 많이 알려지게 됐다. 특히 한국에서 학생들의 학습 능력과 관련된다고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알아야 질문이 생기고 이러한 질문이 생겨야 학습이 시작된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어느 정도 정확히 알고 있고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알아야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습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고 학습 과정에도 필요한 메타인지는 비판적 사고력과 함께 교육과 학습의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좁은 의미에서 학습뿐만 아니라 지식을 체득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넓은 의미의 다양한 학습에도 메타인지 능력은 꼭 필요하다. 더 나아가 메타인지 개념을 확장해 보면 자신의 지식에 대한 인지를 넘어서 마음과 행동을 포함한 자신의 여러 모습들에 대한 이해까지 포함한다. “내가 지금 왜 기분이 나빠졌지”, “무엇에 대해 화가 난 걸까”, “내가 왜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가” 등이 메타인지와 관련된 질문들이다. 이러한 질문들을 하다 보면 나의 본심과 진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볼 때 메타인지 능력은 개인의 학습을 넘어서 심리와 행동,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과 관련된 수많은 논쟁들이 한달 내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언론이 이렇게 한 가지 사안에 대해 한달 넘게 집중 보도하는 경우도 이례적이지만 어떤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이렇게 오래 지속된 것도 특이한 경우이다. 도대체 이 이슈가 왜 이렇게까지 커졌을까? 아마도 정치적 파급력이 큰 사법개혁 문제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입시 문제가 포함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청년들이 분노하는 불공정 문제를 건드리면서 계급 문제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의 사태가 소모적인 논쟁이나 일시적 혼란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제 각자 분노의 표출과 비난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왜 이렇게 이 문제에 대해 커다란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나의 분노와 실망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이 사안의 어떤 부분에 대해 무슨 근거로 비판하고 있는지, 나의 말과 행동이 개인이나 조직 또는 진영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사회와 국가를 위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 각자 진정성을 가지고 반추해볼 때 지금의 사태가 우리 사회가 한단계 성숙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느 때보다 국민 개개인의 메타인지 능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소크라테스, 공자, 아인슈타인의 지혜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진다.

이주영 울산과학기술원 기초과정부 교수

<본 칼럼은 2019년 9월 25일 울산매일신문 19면 ‘[매일시론] 스스로의 생각에 대한 생각, 메타인지’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버스정류장 미세먼지 잡자!”… 에너지 기술 혁신 아이디어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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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절감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대규모 정책도 필요하지만, 우리 주변의 소소한 것들을 바꾸려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시민들의 눈높이에서 효율적이고 저렴한 대책을 찾으려 했던 노력이 좋은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27일(금)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2019 에너지 혁신인재 포럼’에서 도시환경공학부 대학원생 3명이 우수성과 시상식 자리에 올랐다. 바로 ‘2019 에너지기술 혁신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것. 그 주인공은 최성득 교수 연구실의 이호영, 윤나라, 조인규 학생이다

 

세 사람은 도로변의 미세먼지 절감을 위한 친환경 발전/집진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번 경진대회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주관해 진행됐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기술을 주제로 한 이번 대회에서는 ‘생태친화적인 대규모 태양광발전 단지 구축방법’, ‘저비용, 고효율로 실외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방법’. ‘가정과 사무실에서 복잡하고 위험하게 얽혀있는 콘센트 해결방법’을 주제로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UNIST 3인방이 도전한 주제는 미세먼지 저감 방법이었다. 연구실에서 평소 대기질과 미세먼지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던 이호영, 윤나라 학생은 미세먼지 관련 연구를 살펴보는 것으로 대회 준비를 시작했다.

26일(목) 진행된 시상식에 참가한 세 학생. | 사진: 이호영 학생 제공

26일(목) 진행된 시상식에 참가한 세 학생. | 사진: 이호영 학생 제공

이호영 학생은 “기존 미세먼지 배출원 분석 자료를 살펴보니, 수도권에선 도로이용 오염원의 비율이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자동차 배기가스와 이로 인한 2차 미세먼지, 타이어 마모로 인한 비산먼지 등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도로변의 대기질을 개선하는 것이 시민들의 건강과 직결된다고 판단해 여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세 사람은 다양한 도로변 상황 중에서도, 사람이 많이 오가고 차량의 이동이 많은 곳에 집중했다. 그리고 가장 효율적인 미세먼지 저감 장치 설치 위치로 ‘버스정류장’을 선택했다.

 

학생들은 정류장에 필터식 미세먼지 집진 장치와 압전 소자를 설치하는 것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정류장에서 압전 에너지를 획득하고, 이를 이용해 집진 펌프를 작동하면 복잡한 추가 장치 없이도 친환경적인 미세먼지 저감이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성득 교수는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아직 기술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많지만, 시민들의 관점에서 실생활의 미세먼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며 “실질적인 대기질 개선을 위한 체계적 분석과 해결방안 마련 노력이 뒤따를 때 미세먼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모전에서는 3가지 주제에 대해 각각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을 시상했다. 세 학생은 미세먼지 관련 주제에서 우수상으로 선정되며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상과 50만원의 상금을 받게 됐다.

경영학부, ‘현장에서 답을 찾다’ … 한국동서발전 현장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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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과 발전소 현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한국동서발전이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진로에 대한 고민도 풀어낼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경험이 됐습니다!”

 

지난 27일(금), 경영학부 학생들이 한국동서발전을 찾았다. 실제 현장에서 산업과 기업을 만나고 배우는 현장학습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김영춘 경영학부장과 이준엽 교수가 인솔한 30명의 재학생들은 울산 남구에 위치한 울산화력발전소와 중구의 동서발전 본사를 방문하는 일정으로 알찬 하루를 보냈다.

남구 울산화력본부를 찾은 학생들 | 사진: 경영학부

남구 울산화력본부를 찾은 학생들 | 사진: 경영학부

학생들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LNG 복합화력 발전방식에 대해 설명을 듣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특히 최근 동서발전에서 집중하고 있는 연료전지,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소개를 통해 에너지 산업 현장의 현안을 만나볼 수 있었다.

 

배선민 경영학부 학생회장은 “현장에서 친환경 복합발전소에 대해 직접 배울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며 “특히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 여러 기관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화력발전소 방문에 이어 본사에서의 현장학습도 실속있게 구성됐다. 먼저 한국동서발전의 인재경영, 스마트경영 방식에 대한 소개가 진행됐고, 이와 함께 해외사업 현황과 신성장 에너지 성장전략에 대한 사업내용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본사에서는 인재경영, 스마트경영은 물론 해외사업과 신성장 에너지 사업에 대한 소개도 진행됐다. | 사진: 경영학부

본사에서는 인재경영, 스마트경영은 물론 해외사업과 신성장 에너지 사업에 대한 소개도 진행됐다. | 사진: 경영학부

박성준 학생은 “평소 에너지나 전력 생산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는데, 자세한 설명을 통해 산업 전반에 대해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며 “전력생산의 효율성, 에너지 수입 의존성 등에 대해 배우면서 에너지 산업 현장에 함께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업 소개를 마친 후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재개발부가 채용설명을 진행했다. 이어 현재 동서발전에 재직 중인 UNIST 선배들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다. 이 자리엔 경영학부 09학번 졸업생 서성현 씨 등 5명의 동문들이 함께했다.

 

정인해 학생은 “내년에 동서발전에서 모집하는 인턴십에 지원해볼 생각을 갖고 있어 이번 현장학습에 참가했다”며 “동서발전은 학교와 가까이 있는 회사지만 그동안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제대로 알고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서발전에 재직 중인 UNIST 동문들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다. | 사진: 경영학부

동서발전에 재직 중인 UNIST 동문들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다. | 사진: 경영학부

경영학부는 재학생들에게 다양한 산업들의 현장 체험을 제공해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진로 탐색에 도움을 주고자 매년 두 차례 정도의 현장학습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는 동서발전 프로그램과 함께 오는 11월 부산국제금융센터를 방문해 한국거래소 등 금융기관에 대한 현장학습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김영춘 학부장은 “기업이나 기관들을 방문해 산업의 현장을 느끼고 현업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사업에 대해 생생하게 경험하는 기회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번 동서발전 견학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에너지 산업의 현황과 미래의 방향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종유해물질(Halo-PAHs), 대기 환경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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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문제 등 대기 환경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신종유해물질에 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측정 중인 오염물질보다 독성이 강한 신종오염물질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관련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UNIST 도시환경공학부의 최성득 교수팀은 울산 지역의 ‘대기 중 신종유해물질 분포’를 조사해 오염지도를 작성했다. 이번에 측정한 신종유해물질은 ‘할로겐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Halogenated PAHs, Halo-PAHs)’로, 이 물질에 대한 대기 측정은 이번에 국내 최초로 진행됐다.

할로겐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Halo-PAHs)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에 염소(Cl)나 브롬(Br) 등이 결합해 독성이 증가한 물질이다. 연료 사용이나 산업 활동 중에 생성된다고 알려졌으며 발암성이 확인됐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는 이 물질에 관한 대기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울산시 대기 중의 염소화 PAHs, 브롬화 PAHs의 지리적 분포를 표시한 모습

울산시 대기 중의 염소화 PAHs, 브롬화 PAHs의 지리적 분포를 표시한 모습

이번 조사에 따르면 신종유해물질은 산업단지(산단)를 중심으로 배출됐다. 이 자료를 적용하면, 산단 지역의 대기위해성은 기존에 알려진 유해물질만 측정했을 때보다26%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성득 교수는 “울산에서 측정된 신종유해물질의 농도는 인접도시 부산은 물론 도쿄, 베이징 등 동북아 주요 도시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면밀한 추적 연구를 통해 대기 중 신종유해물질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울산 지역의 20개 지점에서 수동대기채취기를 이용해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표적 대기오염물질로 관리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13종과 함께 신종유해물질인 할로겐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Halo-PAHs) 35종의 현황을 파악한 것이다.

제 1저자 꽝 쩐 브엉(Quang Tran Vuong) 연구원과 2저자 김성준 연구원이 시료를 분석하고 있는 모습 | 사진: 김경채

제 1저자 꽝 쩐 브엉(Quang Tran Vuong) 연구원과 2저자 김성준 연구원이 시료를 분석하고 있다. | 사진: 김경채

35종의 할로겐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Halo-PAHs)는 ‘염소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ClPAHs)’ 24종과 ‘브롬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BrPAHs)’ 11종로 다시 나뉜다. 연구진은 이들 유해물질 종류에 따라 지역적 분포가 다르다는 점도 함께 밝혔다. 염소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경우 석유화학, 조선, 비철 단지를 중심으로 농도가 높았고, 브롬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는 석유화학, 자동차 단지 부근에서 그 비중이 높았다.

최성득 교수는 “환경부에서는 특정대기유해물질 35종을 지정, 관리하고 있지만, 최근 등장한 신종유해물질에 관해서는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현행 대기환경기준을 만족하더라도 신종유해물질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는 ‘울산 지역의 미세먼지는 농도가 낮아도 독성이 높을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계절별 모니터링 등을 통해 신종유해물질에 대한 면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염소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ClPAHs)와 브롬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BrPAHs)의 화학구조식과 물질별 농도 수준

염소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ClPAHs)와 브롬화 다환방향족탄화수소(BrPAHs)의 화학구조식과 물질별 농도 수준

이번 연구 결과는 환경오염 모니터링 분야 최상위급 국제 학술지인 ‘유해물질 저널(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IF: 7.650)’에 지난 9월 17일자 온라인 게재됐다.

* 논문명: Passive air sampling of halogenated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in the largest industrial city in Korea: spatial distributions and source identification

고체가 액체로 바뀌는 분자상태, 실시간으로 관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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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가 액체로 변화할 때 분자 배열이 바뀌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관찰됐다.

김채운 UNIST 자연과학부 물리학과 교수팀과 IBS 나노의학 연구단 김관표 연구위원(연세대학교 물리학과) 연구팀은 그래핀 위에서 풀러렌 분자 결정이 액체로 상전이하는 과정을 단일 분자 수준에서 관찰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상전이는 물질이 온도, 압력, 외부 자기장 등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phase)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이다. 상전이를 단일 원자 혹은 단일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관찰하기에는 여러 실험적 제약이 존재했다. 특히 액체 상태에서는 분자 배열이 불규칙적이고 각각의 분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단일 분자들의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풀러렌 분자 결정에서 액체로의 상전이 현상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결과

풀러렌 분자 결정에서 액체로의 상전이 현상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결과

연구진은 그래핀 위에 풀러렌 분자 결정을 제작함으로써 단일 분자들의 움직임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 가능하도록 했다. 풀러렌 분자들은 구형이고, 전자빔에 대한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용이하다. 그래핀은 액체 상태의 풀러렌 분자들을 지탱하고, 전자현미경 관찰 중 문제가 될 수 있는 노이즈를 최소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는 고체에서 액체로의 상전이 현상을 분자 단위에서 실시간으로 직접 관찰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연구진은 수차보정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풀러렌 분자 결정이 액체로 상전이하는 과정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단일 분자의 실시간 움직임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또한 고체가 액체로 변하는 과정에서 분자들이 규칙적으로 정렬된 고체 영역과 불규칙적으로 배열된 액체 영역이 공존함을 확인했다.

특히 분자들은 불규칙적인 움직임인 브라운 운동을 하지 않고, 주변 분자들과 상호작용하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발을 딛을 틈이 없이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공간에서 움직이고자 할 때, 주변 사람들이 서로 양보하며 움직일 공간을 만들어주는 모습과 닮아있다.

풀러린 분자 결정에서 액체로의 상전이 현상 모식도. 각 구형 개체는 풀러렌 분자를 나타내며, 결정(고체)는 파란 영역, 액체는 빨간 영역이다.

풀러린 분자 결정에서 액체로의 상전이 현상 모식도. 각 구형 개체는 풀러렌 분자를 나타내며, 결정(고체)는 파란 영역, 액체는 빨간 영역이다. 분자 배열이 규칙적인 풀러린 결정(고체)에서 불규칙적인 액체로의 상전이 현상을 모식도로 표현했다. 불규칙적으로 배열된 영역에서는 분자들의 위치가 바뀌면서 개체 사이의 거리가 달라진다.

 

김관표 연구위원은 “기존에는 모래 알갱이 등 큰 입자들을 이용한 모델 실험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상전이 현상들을 간접적으로 연구해왔으나, 이번 연구로 실제 분자 결정이 액체로 상전이하는 현상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고체에서 액체로의 상전이는 나노물질의 여러 반응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추후 의약품의 체내흡수 과정 등 나노입자의 융해 반응 연구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1.878)에 9월 27일 (한국시간 18시) 게재됐다.

[Short News] 9월, UNIST 수상과 선정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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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한 주 동안 UNIST News Center로 접수된 소식들을 모아서 소개합니다. 굵직한 수상은 물론 혁신적 연구에 대한 인정과 관심 등 짧지만 지나치긴 아쉬운 기쁜 소식과 정보를 한 눈에 살펴보세요!》

 

석상일 교수, 15회 경암상 공학부문 수상자로 선정!

 

석상일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특훈교수가 경암상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기존의 실리콘 태양전지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한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를 개척하고 이를 발전시켜온 공로를 인정받은 것입니다. 석상일 특훈교수는 특히 본인의 기록을 포함, 미국 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가 인증·발표하는 태양전지 효율에서 한국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부문 세계 최고기록을 연속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석상일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특훈교수가 경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 사진: 김경채

석상일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특훈교수가 경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 사진: 김경채

경암교육문화재단은 지난 23일(월) 제15회 경암상 수상자를 확정, 발표했습니다. 재단은 태양그룹 송금조 회장이 1천억 원을 출자해 만든 것으로, 지난 2004년부터 ‘경암상’을 제정해 뛰어난 업적을 이룬 학자들을 매년 시상하고 있습니다. 시상 대상은 인문·사회, 자연과학, 생명화각, 공학 등 4개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성취한 대가들로, 앞으로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연구자를 선정합니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11월 1일(금) 별도 개최될 예정이며,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1인당 상금 2억 원이 수여됩니다.

 

[연합뉴스] 제15회 경암상 수상자 이근· 이영희· 황철상·석상일
[동아일보] 경암상에 이근-이영희-황철상-석상일

 

박철, 박성호, 장지욱 교수, 곽은지 박사 포스코사이언스펠로 선정

 

과학계의 신인상’, 포스코사이언스펠로(POSCO Science Fellow)4명의 UNIST 소속 연구자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올해 11기에는 총 40명의 펠로가 선정됐는데, 그중 10%의 연구자가 UNIST 소속인 셈입니다. 영광스런 선정의 주인공은 신진교수 펠로에 선정된 박철 자연과학부 교수(수학), 박성호 생명과학부 교수(생명과학), 장지욱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에너지소재) 등 3명과 포스트닥 펠로로 선정된 곽은지 신소재공학부 박사(금속, 지도교수 김주영)입니다.

27일(금)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제11기 포스코사이언스펠로십 증서수여식'이 열렸다. | 사진: 포스코뉴스룸

27일(금)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제11기 포스코사이언스펠로십 증서수여식’이 열렸다. | 사진: 포스코뉴스룸

포스코사이언스펠로십은 포스코청암재단에서 운영하는 핵심 사업으로, 국내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자긍심과 안정감을 갖고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기초과학 뿐 아니라 응용과학(금속, 신소재, 에너지소재)까지 그 범위를 넓혀 주목을 받았습니다. 재단은 이와 함께 선발인원이 기존 30명에서 40명으로 늘렸고, 신진교수 펠로의 경우 지원 금액을 7천만 원에서 1억 원(2년 간)으로 대폭 증액했습니다.

 

[포스코 Newsroom] 포스코청암재단, 제 11기 포스코사이언스펠로 40명 선발
[경북매일신문] 제11기 포스코사이언스펠로 40명 선발

 

서병기 · 이창수 교수 연구실, 에너지 인력양성 우수 연구실 선정

 

UNIST의 연구실 두 곳이 차세대 에너지 인력을 양성하는 ‘혁신요람’에 선정됐습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은 에너지 인력 양성을 위해 다양한 과제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난 26일(목)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진행된 ‘2019 에너지 혁신인재 포럼’에서 이중 우수성과 20개를 선정해 ‘혁신요람’으로 지정한 것입니다. UNIST에서는 서병기 경영학부 교수와 이창수 도시환경공학부 교수가 우수 연구실로 선정됐습니다.

서병기 교수(오른쪽 맨 위), 이창수 교수(둘쨰 줄 오른쪽 두 번째)가 에너지 인력 양성사업 우수 연구실에 선정됐다. | 사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서병기 교수(오른쪽 맨 위), 이창수 교수(둘째 줄 오른쪽 두 번째)가 에너지 인력 양성사업 우수 연구실에 선정됐다. | 사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두 연구실은 지난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인력양성 사업’에 선정됐습니다. 서병기 교수의 ‘에너지자원(석유, 가스 등) 거래기술 전문가 고급트랙’은 동북아 에너지 허브로 도약하고 있는 울산에서 관련 에너지 트레이딩 등 관련 산업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이창수 교수는 ‘바이오가스 생산 및 에너지화 연계 핵심기술 고급트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생물을 이용해 인분, 음식물쓰레기 등에서 에너지를 확보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이 연구실은 미래 에너지에 대한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뉴시스] 산업부, 에너지 선도 인력 찾는 ‘에너지 혁신 인재 포럼’ 개최
[그린포스트코리아] 에너지전환 주도 핵심은 업계종사 꿈꾸는 ‘당신’
[관련기사] UNIST, 동북아 오일 허브 성공 이끌 전문 인력 양성 탄력

게놈으로 본 우리나라 맹금류 … 고품질 표준게놈지도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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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가진 맹금류는 조류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위치한다. 맹금류는 사납고 민첩하지만, 육식만을 하기 때문에 개체수가 적고 멸종의 위협이 높은 종이기도 하다. 이런 맹금류의 보호와 보전을 위한 첫 걸음으로 이들의 유전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됐다.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KOGIC, 센터장 이세민)는 국립생물자원관과 함께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맹금류 4종의 표준 게놈지도를 처음으로 완성했다. 이와 함께 대규모 조류 게놈 비교 작업을 통해 맹금류의 진화와 야행성 조류의 특성을 규명하는데도 성공했다.

 

연구진은 지난 2015년부터 총 20종(맹금류 16종, 비맹금류 4종)의 야생조류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며, 수리부엉이, 소쩍새, 황조롱이, 말똥가리 등 4개종의 고품질 표준게놈 지도를 완성했다. 조사 결과 맹금류는 약 12억 개의 염기쌍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으며, 4종은 모두 약 1만 7,000여 개의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에서는 멸종위험 분석을 위해 유전다양성 분석이 진행됐다. 대부분의 맹금류는 동일개체 내의 염기서열 변이가 많아 유전적으로 건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조사대상 중 멸종위기 야생동물 I급인 흰꼬리수리의 경우는 염기서열 변이가 적어 멸종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체 서열상의 이형접합률로 본 유전다양성

유전체 서열상의 이형접합률로 본 유전다양성

이와 더불어 맹금류의 특성에 맞게 진화해온 유전자를 찾기 위한 비교연구도 진행됐다. 연구진은 수리부엉이 등 4종의 표준게놈을 포함해 전체 조류를 대표하는 15개 목 25종의 게놈을 정밀 비교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맹금류는 다른 조류에 비해 청각 등 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가 많았고, 시각 전달 및 에너지 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들이 특이하게 진화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매과, 수리과, 올빼미과는 아주 오래전에 분화돼 유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시력과 반응성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감각, 운동기관에 특화된 유전자를 공통으로 보유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맹금류 자체의 특성과 더불어 야행성인 올빼미과의 특성을 기준으로 주행성 조류와의 유전자 비교도 진행했다. 분석 결과 올빼미과는 색깔을 구별하는 유전자가 퇴화했지만, 어두운 곳에서 대상을 식별할 수 있는 유전자, 냄새와 소리를 감지하는 유전자가 발달했다는 특징을 보였다.

야행성 조류(올빼미목)와 주행성 조류 게놈 비교

야행성 조류(올빼미목)와 주행성 조류 게놈 비교

여주홍 국립생물자원관 유용자원분석과장은 “이번 연구는 최초로 맹금류 4종의 전체 게놈 해독과 게놈 비교분석을 통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맹금류의 진화와 야행성 조류의 특성을 유전적으로 규명한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야생동물 보전을 위한 기반자료 확보를 위해 다양한 자생동물을 대상으로 게놈 해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게놈 전문 학술지인 게놈바이올로지(Genome Biology, IF: 14.028)에 8월29일자 주요 논문으로 게재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립생물자원관이 주관했으며, 공동연구협약을 맺은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 ㈜클리노믹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충북대학교, 청주동물원 등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에 필요한 시료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등 각 지역 서식지와 보전기관에서 치료 중 안락사되거나 재활치료 중인 개체에서 확보됐다.


‘과학하는 맛’에 푹 빠진 생명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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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다운증후군에서 지적장애를 일으키는 요인 유전자와 그 작동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UNIST 생명과학부 민경태 교수팀이 그 주인공. 다운증후군의 지적 장애 치료제 개발에 희망을 안겨준 민 교수를 만났다.

오늘날 만연한 심혈관계질환이나 암, 알츠하이머병에는 유전적 요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발병 위험성이 높다는 뜻이지 특정 유전형일 때 100%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반면 몇몇 질환은 유전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다운증후군이 대표적인 예다.

다운증후군은 개별 유전자의 변이가 아니라 감수분열 오류로 21번 염색체를 세 개 지닌 수정란이 발생했을 때 보이는 증상이다. 특징적인 얼굴 생김새와 작은 키, 면역 결함, 지적 장애 등이 나타난다. 이 경우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아니라 21번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의 산물, 즉 단백질의 양이 정상보다 많아(단순 비례일 경우 1.5배) 일어나는 현상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21번 염색체에 있는 200개가 넘는 유전자 가운데 정확히 어떤 유전자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는 미스터리였다.

민경태 교수는 2000년대 초 미국립과학원(NIH)에 있을 때 초파리를 동물 모델로 써서 다운증후군의 지적 장애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최근에는 생쥐의 해당 유전자가 성체 신경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야구선수에서 과학자로

“비전이 안 보였죠. 당시는 프로야구가 없었거든요.”

인터뷰 시작부터 민 교수의 대답은 예상을 벗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느냐는 질문에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야구선수를 했다며 3학년에 올라가며 그만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초등학교 때는 리틀야구 국가대표로 외국에 나가 경기를 하기도 했다. 그의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만일 프로야구가 1982년보다 몇 년 앞서 출범했다면 현재 민 교수의 직업은 야구 감독 아닐까.

당시 중고교 운동부 선수들은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중학생 민경태도 4교시가 끝나면 교실을 빠져나왔다. 그런데도 공부는 꽤 잘했다. 필기한 노트를 빌려준 마음 좋은 짝을 만난 덕도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우등생이 됐고 특히 영어, 수학을 잘했다.

1979년 대입제도는 예비고사(국,영,수 외의 다른 과목들, 객관식 시험)와 본고사(영어, 수학, 국어 시험, 주관식)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다른 과목들에 별 관심이 없었던 그는 전기에 낙방했고, 후기로 한양대 이과에 들어갔다. 의욕이 없다 보니 수업도 빼먹고 성적은 바닥이었다. 결국 2학년에 올라가 학과를 정할 때 1지망(물리학과)은 물론 2지망(화학과)도 안 됐고 별생각 없이 쓴 3지망 생물학과로 정해졌다.

야구선수를 꿈꾸던 민경태 교수는 방향을 바꿔 과학자로의 길을 선택했다. | 사진: 김경채

야구선수를 꿈꾸던 민경태 교수는 방향을 바꿔 과학자로의 길을 선택했다. | 사진: 김경채

“그때만 해도 생물학은 인기가 없었어요. 그런데 3학년 때부터 유전공학 붐이 일더군요. 뜻밖에 무척 재밌었습니다.”

떠오르는 학문이 마치 자신을 위해 준비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민경태는 유전공학자가 되는 꿈을 키웠고, 졸업 뒤 카이스트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당시 카이스트는 국내 최고 대학원이었지만 외국에 비하면 연구기반이 약했죠. 그래도 최대한 아이디어를 내서 열심히 실험했습니다.”

그는 전령RNA의 염기에 임의의 돌연변이를 일으켜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이 인식하는 서열을 찾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학술지 ‘핵산연구(NAR)’에 실렸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석사과정 학생의 연구결과가 이런 저명한 학술지에 실리는 건 드문 일이었다.

졸업 뒤 3년 동안 KIST에서 근무하고 1990년 영국 옥스퍼드대로 유학을 떠났다. 이미 5년의 연구경력이 있는 민경태는 지도교수가 건넨 과제를 반년 만에 끝내고 박테리아인 바실러스의 포자 형성에 관한 분자생물학 연구를 해보겠다고 제안했다. 특정 유전자의 인산화가 포자를 만드는 타이밍을 결정함을 밝힌 그의 연구결과는 저명한 학술지 ‘셀’에 실렸다.

 

전설적인 노과학자와 7년 함께 해

불과 3년 만에 학위를 받은 민경태 박사는 미국 칼텍의 시모어 벤저 교수 실험실에서 박사후 연구원 생활을 했다. 1971년 대학원생 로널드 코놉카와 함께 초파리에서 일주리듬 유전자를 발견해 생체시계 분야를 연 벤저 교수는 학계에서 전설적인 존재로 칠순이 넘은 나이였지만 여전히 호기심이 왕성한 타고난 과학자였다.

“돌이켜보면 이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습니다. 벤저 교수님을 보면서 과학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1971년 대학원생 로널드 코놉카와 함께 생체시계 돌연변이 초파리를 발견한 시모어 벤저 박사. 그는 행동유전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지만 2007년 타계해 2017년 노벨상 수상자로는 선정되지 못했다. | 그림: 레모

1971년 대학원생 로널드 코놉카와 함께 생체시계 돌연변이 초파리를 발견한 시모어 벤저 박사. 그는 행동유전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지만 2007년 타계해 2017년 노벨상 수상자로는 선정되지 못했다. | 그림: 레모

미생물(박테리아)에서 동물(초파리)로 연구 대상을 바꾸면서 처음에는 마음고생을 했다. 벤저 교수와는 6개월 동안 대화도 하지 못했다. 딱히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적응했고 당시 막 시작되던 뇌과학에 관심이 컸던 민 박사는 돌연변이 초파리 가운데 뇌 손상이 보이는 돌연변이 개체를 찾았다. 그 결과 사람으로 치면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해당하는 신경질환을 보이는 초파리를 얻었고 변이 유전자를 규명했다.

이어서 사람에서 치명적인 유전성 대사질환인 부신백질이영양증에 해당하는 증상을 보이는 돌연변이 초파리를 찾았고 유전자도 규명했다. 1999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은 민 박사가 주저자, 벤저 교수가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의 공동작품인 셈이다. 두 사람은 벤저 교수가 2007년 86세로 타계할 때까지 친밀한 관계를 이어갔다.

“진화적으로 거리가 먼 초파리를 동물 모델로 써서 사람의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고 메커니즘을 규명한다는 아이디어는 워낙 파격적이라서 그 당시 학계에서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에서도 해당 유전자가 존재하고 변이가 생겼을 때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는 게 밝혀지면서 제 연구결과가 점차 인정을 받았죠.”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는 연구 하고 싶어

2000년 미국립과학원(NIH)에 자리를 잡은 민 박사는 다운증후군의 분자 차원의 발병 메커니즘이 여전히 밝혀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생아 700명 가운데 1명이라는, 결코 낮지 않은 빈도로 발생함에도 아직 치료제가 없는 질환임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일이었다.

민 박사는 초파리를 모델로 써서 다운증후군의 정신지체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에 착수했다. 다운증후군인 태아에서 21번 염색체에 있는 DSCR1 유전자가 과발현된다는 게 알려져 있었지만 이게 정신지체를 유발하는지는 불확실했다. 민 박사팀은 초파리에서 DSCR1에 해당하는 네불라(nebula) 유전자가 과발현됐을 때 학습과 기억에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 사람에서도 DSCR1 유전자의 과발현이 중요한 역할을 함을 시사했다.

2007년 인디애나대로 옮긴 민 교수는 초파리를 모델로 다운증후군을 비롯한 여러 신경질환 연구를 계속했다. 그리고 사람에 좀 더 가까운 생쥐를 동물 모델로 하는 연구로 옮겨갔다. 2012년 민 교수는 23년 가까운 외국생활을 접고 신생 대학이지만 발전 가능성이 큰 UNIST를 선택했다.

“나이가 들면서 제가 시모어 벤저 같은 대가를 만나 배웠듯이 한국 학생들에게 과학 하는 재미를 알려주고 싶다는 열망이 생기더군요.”

민경태 교수 연구실에서는 다운증후군 등 유전질환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사진: 김경채

민경태 교수 연구실에서는 다운증후군 등 유전질환 관련 연구가 한창이다. | 사진: 김경채

민 교수는 UNIST에서 본격적으로 생쥐를 동물 모델로 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6월 ‘엠보 저널’에 발표된 다운증후군과 관련된 연구결과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다운증후군 환자처럼 다운증후군 모델 생쥐는 기억과 학습 수행 능력이 떨어진다. 뇌에서 기억에 관여하는 해마를 들여다본 결과 성체 신경생성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동물 모델에서 해마의 성체 신경생성에 결함이 있으면 정신분열증과 알츠하이머병, 다운증후군 등 신경계 관련 질환이 발생한다.

이번에 민 교수팀은 다운증후군 모델 생쥐에서 DSCR1 단백질의 양을 유전학적 방법으로 정상으로 돌리자, 생쥐의 기억 학습 수행 능력뿐 아니라 성체 신경 발생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또한 이들은 DSCR1 단백질이 정상보다 많으면 신경생성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밝혔다. 즉 DSCR1 단백질은 신경생성에 관여하는 TET1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데, DSCR1 단백질이 과도하면 억제가 지나쳐 신경생성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간섭RNA기술로 DSCR1 유전자 발현을 낮춰 단백질 농도를 정상 수준으로 낮추자 신경생성 결함이 사라졌다.

민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치료제 개발로 이어져 다운증후군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를 희망했다. 앞으로 다른 신경계 질환 관련 연구도 가능한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게 실험을 설계할 계획이다.

민 교수는 생명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학생들에게 “특정 대학이나 연구소에 가기 위해 매달리거나 가기 전에 걱정부터 하면 안된다”며 “오히려 그곳은 계속 앞으로 나가고, 수준 차는 점점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곳에서 먼저 와서 데려가게끔 만들 준비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사진: 아자스튜디오 남윤중

민 교수는 생명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학생들에게 “특정 대학이나 연구소에 가기 위해 매달리거나 가기 전에 걱정부터 하면 안된다”며 “오히려 그곳은 계속 앞으로 나가고, 수준 차는 점점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 아자스튜디오 남윤중

무슨 분야든지 오래 하다 보면 초심을 잃고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더 가게 되기 쉽다. 과학의 경우 유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게 목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호기심에 이끌려 평생을 산 벤저 교수의 영향 때문인지 민 교수는 여전히 초심을 유지하고 있다.

“과학 연구에서는 좋은 질문만 가지면 누구에게나 발견의 기회가 있죠. 세계에서 나만 알고 있는 퍼즐을 푸는 것이라고 할까요”

그가 유학을 떠나던 한 세대 전과는 달리 오늘날 우리나라는 잘 사는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굳이 먼 곳으로 유학을 떠나지 않아도 열정만 있으면 좋은 환경에서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의 실험실에도 대학원생들이 열심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정을 세우고 실험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이런 과학 하는 맛을 학생들도 함께 음미하면 좋겠습니다.”

글_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며 <강석기의 과학카페>,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를 저술했으며, 옮긴 책으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가 있다.

‘공대 출신 MBC 드라마PD 1호’… 열정의 노마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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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동문은 MBC 드라마PD이다. UNIST 동문의 방송계 진출도 극히 드문 일이지만 MBC에서도 공채로 입사한 공대 출신 드라마PD는 김영재 동문이 최초이다. 그는 학창시절 연극, 마케팅, 창업 등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김영재 동문의 갈지(之)자 행보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여정이었고, 지금은 드라마 만드는 일에 푹 빠져있다.

문과생이 UNIST에 입학한 이유부터 물었더니 “수능성적에 맞추었다”라는 싱거운 대답이 돌아왔다.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아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죠. 그런데 우리 학교는 1학년 자율전공이라 나중에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동기들과 달리 콕 집어 ‘무엇이 되겠다’는 목표는 없었지만 8년 내내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보냈다. 학창시절 꾸준히 활동한 것은 연극이 유일했다.

“연극은 공부보다 더 열심히 했어요. 밤늦게까지 연극 연습하고 새벽에 뒤풀이하고 아침에야 기숙사에 돌아와 잠들면 다시 연극 연습할 시간에 맞춰 일어났어요.”

연극에 빠져 공부에는 통 재미를 붙이지 못했던 김영재 동문은 C를 간신히 넘기는 학점을 받고서야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새로운 도전으로 가득했던 학창시절

김영재 동문은 UNIST 2기이다. 2010년 입학한 그는 휴학과 복학을 반복한 끝에 8년 만의 졸업했다. 남들보다 긴 대학생활을 한 덕분에 경험한 일도 참 많았다.

제대 후에는 공부하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휴학하고 외국계 양주회사에 취직했다. 브랜드이미지 마케팅을 해보고 싶었으나 한계에 부딪혀 결국 그만두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졸업을 한 학기 남겨놓고는 창업을 위해 또다시 휴학했다. 인디뮤지션 매니지먼트 플랫폼 서비스 회사를 1년간 운영했지만, 한 달 수익이 10만 원을 넘지 못해서 접었다. 김영재 동문은 무엇이든 시작할 때는 열정을 다하지만 떠날 때는 미련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MBC 사옥에서 김영재 동문을 만났다. | 사진: 안홍범

MBC 사옥에서 김영재 동문을 만났다. | 사진: 안홍범

일찍 졸업한 여자 동기들은 벌써 대리를 달았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그는 재미있는 일을 찾아다녔다. 졸업을 앞두고도 취업 준비 대신 연극 대본 쓰기에 도전했다.

“저 나름대로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생각도 정리할 겸, 제가 살았던 도시들을 되짚어보는 여행을 시작했어요. 아버지가 군인이라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각지로 이사 다녔거든요. 여행하며 학창시절 좌충우돌했던 도전들의 교집합이 무엇이었는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연극, 마케팅, 뮤직플랫폼, 대본에 대한 도전은 언뜻 맥락이 없어 보였지만 분명한 교집합이 있었다. 그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런 일을 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곳이 바로 방송국이었다.


사장님, 왜 저를 뽑으셨나요?

김영재 동문은 MBC가 5년 만에 실시한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드라마 부문 PD로 합격했다. 2016년부터 졸업생을 배출한 UNIST에서 방송계 진출은 극히 드문 사례. 게다가 MBC 공채 사상 공대 출신의 드라마PD는 김영재 동문이 최초이다.

“신입생 연수 기간에 연수원에서 사장님과 술을 마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 왜 저를 뽑았느냐 물어보았어요. 사장님이 웃으면서 ‘요즘 다른 방송국에서는 공대 출신 드라마 PD들이 잘한다는데 MBC도 그런 PD 한 명쯤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뽑았다’고 하시더군요. 저에게 속으신 것 같아요. 제가 엄밀히 말하면 경영학도이지 공대생이 아니거든요.”

사장님의 말은 MBC에도 다양한 경험을 가진 드라마PD가 필요하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김영재 동문만한 적임자를 찾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요즘 김영재 동문은 방송 예정인 드라마의 후반부 작업을 하느라 바쁘다고 한다.

“이번 드라마에 UNIST 캠퍼스가 배경으로 등장해요. 생명공학연구소 장면이 있어서 무작정 학교 홍보실에 연락했는데 고맙게도 적극적으로 촬영에 도움을 주셨어요. 덕분에 연구소 장면이 아주 마음에 들게 나왔어요.”

지난 9월 종영한 드라마 '웰컴2라이프'. 모교의 연구실을 화면에 담기 위해 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 사진: 웰컴2라이프 홈페이지

지난 9월 종영한 드라마 ‘웰컴2라이프’. 김영재 동문은 모교의 연구실을 화면에 담기 위해 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 사진: 웰컴2라이프 홈페이지

UNIST 연구실이 드라마의 배경으로 활용됐다.

UNIST 연구실이 드라마의 배경으로 활용됐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일단 도전해보자

김영재 동문은 최근 UNIST의 위상이 확 달라진 것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학창시절 양주회사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출신 대학을 묻는 사람들에게 UNIST가 어떤 대학인지를 장황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UNIST 출신이라고 하면 ‘아, UNIST 출신이구나. 어쩐지’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그동안 누군가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삶을 살았다고 말하기는 힘들어요.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왔거든요. 전공을 살리는 대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싶다는 후배들에게 종종 연락이 옵니다. 그럴 때마다 ‘하고 싶으면 일단 도전하고 보자. 안 될 것까지 미리 고민하지 말자’라고 합니다.”

20대에는 진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몰라 방황한 시간이 유난히 길었다는 김영재 동문. 하지만 돌아보면 어느 순간도 쓸모없는 시간은 없었다고 말한다. 수많은 샛길로 빠지며 도전하고 부딪친 경험이 큰 자산이 되었기 때문이다.

양자 광원 제어로 ‘양자정보’ 시대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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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연산 속도와 높은 보안성을 갖는 차세대 정보처리기술로 ‘양자 컴퓨팅’과 ‘양자 통신’이 꼽힌다. 이런 양자 정보기술의 핵심은 고효율 ‘양자 광원(quantum light source)’을 생성하고 제어하는 기술인데, 이를 실현할 연구가 나왔다.

UNIST  자연과학부의 김제형 교수는 원자 한 개 수준의 두께를 갖는 아주 얇은 이차원 반도체 물질과 부분적으로 힘(strain) 제어가 가능한 ‘실리콘 미세 소자(MEMS)’를 결합해, ‘양자 광원의 위치와 파장을 동시에 제어하는 데에 성공했다. 제어 가능한 다수의 양자 광원은 광자 기반의 양자 컴퓨팅, 양자 통신, 양자 계측 등 다양한 양자 기술에 쓰인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는 연산 속도와 보안성, 정확성을 기존보다 높일 양자 정보기술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양자 광원은, 전자의 스핀이나 초전도 전류처럼, 양자 정보 처리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Qubit)’를 구현할 수 있다. 큐비트는 양자 상태에서 1과 0이 중첩되거나 얽히면서 정보를 표현하는 단위로, 0과 1로 정보를 표현하는 기존 정보 처리의 단위인 비트(bit)보다 발전된 개념이다.

기존 정보 처리 기술의 핵심이 다수의 비트를 구현하는 ‘반도체 집적소자’이듯, 실용성 높은 양자 정보 처리를 위해서는 큐비트를 생성하고 제어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더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큐비트가 집적돼야 하고, 큐비트 간 상호작용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각 큐비트의 특성이 동일해야 한다. 따라서 광자() 기반의 양자 정보기술을 상용화하려면, 실제 소자(chip) 위에 다수의 단일 양자 광원을 동시에 생성하고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아주 작은 양자점을 성장시켜 여러 개의 양자광원을 만드는 기술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광원의 위치와 파장을 균일하게 조절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연구사진] 제어 가능한 반도체 양자 광소자 모식도

그림1. 제어 가능한 반도체 양자 광소자 모식도 (왼쪽) 국소 응력 제어를 위한 실리콘 MEMS 구조와 결합된 이차원 반도체 (WSe2) 물질 모식도. (오른쪽 위) WSe2 단일 원자층 물질이 나노 피라미드와 결합되어 있는 전자 현미경 사진. (오른쪽 아래) 전기장으로 제어 가능한 실제 양자 광소자 시료 사진

피라미드 구조의 뾰족한 꼭짓점에 집중된 힘은 반도체 물질의 전자에너지 구조를 변형시켜 단일 양자광원을 만들어 낸다. 즉 피라미드 구조의 위치를 옮기면 양자 광원의 위치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양자 광원의 파장은 꼭짓점에 집중되는 힘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 힘은 실리콘 MEMS 소자 외부에서 전기로 제어 가능하므로, 양자 광원의 파장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연구사진] 양자 광소자 광학 특성 분석

그림2. 양자 광소자 광학 특성 분석 (왼쪽) 매우 좁은 선폭을 갖는 단일 이차원 반도체 양자 구조 발광 스펙트럼 결과. (가운데) 광원의 양자 광학적 특성을 보여주는 이차 상관 관계 그래프. 그래프 가운데 부분이 내려가는 특성이 단일 광자원임을 나타낸다. (오른쪽) 시료의 국소 응력을 전기장으로 변화(Y축)시켜 가며 반도체 양자광원의 파장(X축)을 실시간 제어한 결과.

김제형 교수는 “반도체 기반 양자 광원의 위치와 파장을 제어하는 기술이 많이 제시됐지만, 이를 하나의 소자 내에서 동시에 제어하는 기술은 난제로 남았다”며 “이번 연구가 다수 양자 광원 기반의 양자 광학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9월 9일자 온라인 속보로 게재됐다. 연구 지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신진연구사업, 정보통신기획평가원 IT·SW융합산업원천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이뤄졌다.

김광수·석상일·조재필 특훈교수, 국내 노벨상 근접 과학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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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의 교원 3명이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연구 성과에 근접한 한국 과학자로 선정됐다. 주인공은 김광수 자연과학부 특훈교수, 석상일, 조재필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특훈교수다.

한국연구재단이 지난 4일(목) 발표한 노벨과학상 종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연구진 중 화학 분야 9, 생리의학 분야 5, 물리학 분야 3명 등 17명이 노벨과학상 수상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UNIST는 이중 화학 분야에 3명의 교원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 대학 중 3명 이상의 노벨상 근접 과학자를 보유한 대학은 UNIST와 서울대뿐이다.

 

특히 김광수 특훈교수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노벨상 수준의 논문 피인용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18년 조사에서 지난 10년 간 노벨상 수상자들의 총 논문 수(310편)와 총 피인용수(24,944회)의 중간 값을 넘어서는 국내 연구자 2명 중 1명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석상일 · 조재필 특훈교수는 올해 처음 이름을 올렸다. 석상일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에서, 조재필 교수는 리튬 이차전지 분야에서 각각 뛰어난 연구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인정받았다. 두 교수는 지난 2018년 보고서에서 향후 3년 이내에 노벨상 수상자 수준에 오를 것으로 예측됐는데, 보고서 발간 이후 1년 만에 선정됐다.

이재성 UNIST 연구부총장(총장 직무대행)은 “개교 초기부터 연구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전략을 통해 우수한 연구자들을 지원해왔다”며 “연구지원본부 등 연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수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재단은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 생산력과 영향력을 기준으로 연구자 선정 작업을 거쳤다. 첫 번째 기준으로는 논문 피인용수 70회 이상, 네이처·사이언스·셀 등 3대 저널 중 1곳에 2편 이상 논문 게재, 상위 1% 논문 10편 이상 보유 등 3가지 실적을 살폈다. 이후 두 번째 단계로 최근 10년간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논문피인용수의 중간 값 이상이 되는 실적을 보유했는지를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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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News] 삼성미래재단 연구 선정, 공모전 수상과 출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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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한 주 동안 UNIST News Center로 접수된 소식들을 모아서 소개합니다. 각 분야 공모전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학생들과, 금융 전문가로의 한 걸음을 내딛은 학생들의 성과 등 짧지만 지나치긴 아쉬운 기쁜 소식과 정보를 한 눈에 살펴보세요!》

■ 이준희 교수, 2019 2차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소재기술 분야 과제 선정!

이준희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가 삼성전자의 하반기 미래기술육성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이준희 교수는 소재기술 분야 과제를 맡아 신경망 컴퓨터에 적용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을 개발해, 새로운 반도체 소재를 만드는 연구를 수행하게 됩니다. 구체적인 과제명은 ‘HfO2 유닛셀(5 angstrom) 자체를 비트로 쓰는 초고밀도(Tbit/cm2) 메모리 및 멀티레벨 소재 개발’인데요, 이는 원자 단위에서 다중 on-off 스위칭이 가능한 새로운 반도체를 구현하는 연구가 될 예정입니다.

이준희 교수팀이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에 선정됐다. | 사진: 김경채

이준희 교수팀이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에 선정됐다. | 사진: 김경채

삼성전자는 이번 하반기에 기초과학 7개, 소재기술 10개, ICT 창의과제 9개 등 총 26개 지원과제를 선정해 총 330억 원의 연구비를 투입합니다. UNIST에서는 하반기 이준희 교수 선정 외에도 지난 5월 상반기 과제에 권민석, 김봉수, 최영리, 이자일, 권오훈 교수 등 5명이, 7월 지정과제에 박기복 교수가 선정됐는데요. 이렇게 2019년에만 7명의 교원이 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부터 미래기술육성사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560개 과제에 7,182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12월 13일까지 2020년 상반기 지원 연구과제 공모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2019년 하반기 지원 과제 발표
[헤럴드경제] 삼성전자 ‘삶의 질 연구’ 힘 더하다

■ 보험산업의 미래 예측한다 … 맞춤형 의료 아이디어로 대상 수상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의 추장호, 김은지 학생이 ‘2019 보험산업 발전을 위한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금융감독원장상)을 수상했습니다. 두 학생은 ‘인슈어테크 기술 도입을 통한 DNA 질병예측 1인 맞춤형 보험’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해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추장호 학생은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자신의 병을 예측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치료를 진행했다는 보도에 착안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며 “의료산업의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보험산업 또한 첨단 DNA 기술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보험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번 아이디어를 고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학생은 기술경영학을 공부하며 4차 산업혁명, 핀테크, 인슈어테크에 대해 평소 많은 관심을 가져왔는데요. 이번 공모전을 통해 관련 분야에 대해 더 깊게 공부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김은지 학생은 “DNA 분석을 통해 질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미래세대에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의 아이디어가 실현되면, 이 보험을 통해 많은 사람이 진료비 걱정 없이 치료에 전념에 건강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의 두 학생이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왼쪽부터 이정용 한국보험신문 사장, 김은지, 추장호 학생 | 사진: 한국보험신문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의 두 학생이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왼쪽부터 이정용 한국보험신문 사장, 김은지, 추장호 학생 | 사진: 한국보험신문

이번 공모전은 한국보험신문, 일본보험매일신문, 중국보험보가 공동 주최했으며, 100여편의 제안서가 접수됐습니다. 예선 심사를 거쳐 국내 8개팀과 중국, 일본에서 각각 1개팀 등 총 10개 팀이 본선을 치렀는데요. 본선에서는 팀당 15분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본선평가는 지난 9월 6일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됐으며, 발표 후 평가와 시상이 함께 진행됐습니다. 대상을 수상한 팀에게는 금융감독원장상과 함께 200만원의 부상이 수여됐습니다.

[한국보험신문] ‘2019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 열려…‘DNA 질병예측 맞춤형보험’ 대상
[한국보험신문] [2019 대학생 아이디어 공모전-대상(금융감독원장상)]“진료비 걱정 없는 세상 만들고 싶어”

■ 김욱동 기초과정부 교수, 세계에서 바라본 한국문학 다룬 신간 출간

김욱동 교수가 새로운 책을 펴내며 활발한 저술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저작은 지난 9월 출간된 Global Perspectives on Korean Literature(한국 문학에 대한 세계의 관점들)』입니다. 총 5개의 챕터로 구성된 책은 9세기 신라시대부터 현대의 시와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문학이 다른 나라의 문학과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며 교류했는지를 살펴봅니다.

김욱동 교수의 신간 'Global Perspectives on Korean Literature'

김욱동 교수의 신간 ‘Global Perspectives on Korean Literature’

미다스왕의 신화와 신라 경순왕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설화와의 연계성, 초기 기독교 토착화 현상을 살핀 선교사 아서 노블(Arthur Noble)의 소설 ‘이화’ 이야기 등 흥미로운 주제들이 책을 가득 채웠는데요. 김욱동 교수는 올해 초 출간한 『Translations in Korea: Theory and Practice(한국의 번역: 이론과 실제)』에서도 한국의 문학과 해외 문학의 번역을 살피며 비교문학에 대한 통찰과 고민을 다룬 바 있습니다.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욱동 교수는 올해에만 영문 저서 3편을 출간하며 활발한 저술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저술의 범위 또한 영문 번역, 비평과 평론 등 다양한 범위를 오가고 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김욱동 교수의 문학에 대한 탐구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책 소개 – Palgrave Macmilan] Global Perspectives on Korean Literature
[관련기사] 김욱동 교수, 영문판 신간 두 권 펴내

로봇 바리스타가 만든 “커피 한 잔 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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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팔이 컵을 하나 꺼내 들어 제빙기 앞에 내밀자 시원한 얼음이 한 움큼 쏟아진다. 이어서 커피머신으로 컵을 옮기자 이번엔 에스프레소가 담겼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완성된 것. 로봇카페 ‘로비스’를 개발, 운영하는 박기범 대표와 김민수 대표는 로봇 서비스 시대를 성큼 앞당기고 있다.

UNIST 스포츠센터 지하 1층에 설치된 로비스 카페는 가로, 세로 2m 남짓밖에 안 되지만 커피머신, 제빙기, 시럽머신, 온수기, 우유 냉장고 등 음료 제조에 필요한 설비들은 모두 갖췄다. 하지만 바리스타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절도 있게 작동하는 로봇 팔이 바리스타를 대신하는 신통방통한 무인 로봇카페이기 때문이다.

석사과정에서 제어설계공학을 전공하며 스마트팩토리연구실에 몸담았던 박기범 대표(기계공학과 12)는 로봇카페도 일종의 스마트팩토리라고 설명했다. 각종 설비가 신호를 주고받으며 전 생산과정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움직이게 하는 원리가 같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공을 접목한 창업 기회를 찾던 박기범 대표에게 로봇카페는 애타게 찾던 최적의 사업 아이템이었던 셈.

“원래 창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남이 시켜서 하는 것보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주도적으로 하는 게 훨씬 재미있거든요. 카페는 시장규모가 크고 진입장벽이 낮아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된 무모한 도전

그야말로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호기롭게 창업을 결심한 박기범 대표는 사업 파트너부터 물색했다. 때마침 학부 동기 김민수 대표(기계공학과 12)가 관심을 보였다.

“취업을 준비하는 다른 동기들과 달리 창업을 생각하던 차에 박 대표의 제안을 받고 바로 합류했습니다.”

박기범 대표(왼쪽)과 김민수 대표(오른쪽)은 의기투합해 창업에 나섰다. | 사진: 안홍범

박기범 대표(왼쪽)과 김민수 대표(오른쪽)은 의기투합해 창업에 나섰다. | 사진: 안홍범

그 길로 김민수 대표는 휴학계를 내고 박기범 대표와 6개월 동안 철야를 밥 먹듯 하며 시스템 개발에 돌입했다. 연구와 동시에 창업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창업지원기관들에 사업계획서를 내밀었다는 박기범 대표.

“당시 석사과정 중이었는데 연구실 동기들이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을 때, 저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느라 바빴죠.”

그렇게 수십 곳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냉담했다. 한마디로 ‘이게 되겠냐’는 것. 젊은 공학도들의 비전을 미래의 꿈같은 이야기로만 치부했다. 실체도 없이 투자사들을 설득하려고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박기범 대표의 머릿속에는 이미 로드맵이 그려져 있었지만, 이상과 현실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더는 사업을 미룰 수 없었다. 마침 정부로부터 소정의 지원금을 받게 되었고 여기에 개인 자본금을 더해 박기범·김민수 대표는 드디어 2018년 9월 ‘로비스’라는 사명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로비스(Rovice)는 로봇(Robot)과 서비스(Service)를 결합한 말인데, 이들의 사업이 단지 로봇카페에 한정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즉, 로봇을 도입할 수 있는 서비스 분야라면 어디든 진출할 계획이다.

“작은 사무실부터 내고 본격적으로 각 머신들을 움직일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개발했죠. 저는 시스템제어설계 쪽을 담당하고, 김 대표는 소비자가 사용할 애플리케이션과 서버를 구축했습니다.”


개교 기념식 때 깜짝 스타로 데뷔

뒤이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창업성공패키지 사업화지원 청년창업사관학교에도 선정된 로비스는 일대일 창업코칭을 받으며 창업한 지 1년도 안 돼 시제품을 제작했다. 그 결과 지난 5월 열린 ‘UNIST 개교 10주년/설립 12주년 기념식’ 때 대학 성과 전시회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로비스의 로봇카페는 지난 5월 10주년 성과전시회에서 첫 선을 보였다. | 사진: 안홍범

로비스의 로봇카페는 지난 5월 10주년 성과전시회에서 첫 선을 보였다. | 사진: 안홍범

“일반 소비자들에게 처음 선보였는데 매우 큰 호응을 얻었죠. 다들 ‘신기하다’, ‘재미있다’, ‘맛있다’며 좋아하더군요. 계속 도전해도 괜찮겠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박기범 대표는 전시회에 참여한 것은 로비스를 알릴 좋은 기회였다며 그 외에도 사무공간 지원, 스포츠센터 내 입주 등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준 UNIST 창업팀에 고마움을 표했다. 현재 스포츠센터에서 운영하는 로비스 카페는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시범운영을 위해 설치된 것이다. 시범운영 중인 카페는 보완점을 발견하고 개선하는 역할로 소프트웨어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이렇게 시스템 시안을 구축한 후 로봇 팔과 커피머신, 온수기 등을 갖춰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주자 투자자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김민수 대표는 청년창업아카데미에서 마지막으로 시제품을 발표했을 당시 심사위원들의 반응을 잊을 수 없다.

“입교 때는 사업계획서밖에 없었는데 마지막에 시제품을 보여주자 둘이서 4개월 만에 어떻게 이걸 다 만들었냐며 놀라워하더군요. 저희도 뿌듯했습니다.”

박기범 대표는 모두 대학원 시절 스마트팩토리연구실에서 단련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제가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스마트팩토리연구실에 참여했던 것입니다. 그곳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주도적으로 일하는 법을 배웠거든요. 게다가 제작업체들을 선정해 제품을 발주하고 생산하는 실무도 익혔습니다.”


언택트 쇼핑 시대, 서비스 로봇 시장을 열다

로비스 카페는 자판기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자판기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설치할 수 있다. 또한 무인이기 때문에 24시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외식 및 유통업계에는 셀프 계산대 및 주문 키오스크를 설치한 매장이 늘고 있고,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접목된 미국의 ‘아마존고’, 중국의 ‘타오카페’ 등 국내외 할 것 없이 무인스토어가 늘고 있다.

로비스는 무인 주문 시스템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로봇 시장을 선점하고자 한다. | 사진: 안홍범

로비스는 무인 주문 시스템이 늘어나는 시대적 흐름에 주목했다. | 사진: 안홍범

이는 직원과 접촉하지 않는 비대면 방식의 ‘언택트(Untact)’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동화, 기계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비스는 이런 시대변화에 발맞춰 내년부터 B2B 시장 위주로 본격적으로 로봇카페를 보급할 계획이다. 벌써 관심을 보이는 업체들이 여럿 있으며, 현재는 ‘톡톡팩토리 울산청년창업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공장에 입주해 양산화 순서를 밟고 있다.

로봇을 점검 중인 박기범 대표 | 사진: 안홍범

로봇을 점검 중인 박기범 대표 | 사진: 안홍범

“더욱 감성적인 느낌이 들도록 전반적인 카페 디자인을 변경할 계획입니다. 지금은 좀 공대 감성인 것 같아서요. 그리고 로봇 팔이 컵을 뺄 때 여러 잔이 한꺼번에 딸려 올라오는 경우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디펜서를 설치합니다. 처음 사용하는 이용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음성안내를 적용하는 등 직관적인 UI로 수정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공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카페 스테이션의 가로 폭을 줄이고, 로봇을 소형화시킬 계획이다. 또한 사업자가 스테이션을 더 손쉽게 유지, 보수할 수 있도록 출입구의 구조도 변경하려 한다. 막상 운영해보니 사소한 문제들도 속출하고 있지만 이러한 시행착오는 고스란히 로비스만의 노하우로 쌓여 경쟁력이 될 것이다.

“앞으로 단순노동은 로봇으로 대체돼 무인화가 급속도로 퍼질 것입니다. 로봇 서비스 시장이 활짝 열렸을 때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가 되도록 열심히 준비해야죠.”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여전히 밤샘을 마다하지 않는 박기범·김민수 대표. 농담인지 진담인지, 바리스타 로봇을 이을 다음 로봇은 닭꼬치 로봇이 될 수도 있다고 살짝 귀띔해줬다.

‘만년필 쓰듯 멋스럽게’ … 메이커 문화 앞당길 일상 속 납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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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무언가 만들어 쓰는 ‘메이커 문화(Maker Culture)’가 꾸준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런 도구를 공급하는 산업도 계속 성장세죠. 납땜 등 전자제품을 만드는 기술이나 도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도구들을 일상 속에서 쉽고 간편하게 사용하게 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올 겁니다.”

UNIST 디자인공학융합전문대학원 박영우 교수팀이 디자인한 문구형 납땜기 솔디(Soldi)’가 세계무대에서 주목을 받았다. 복잡하게만 느껴지던 납땜을 일상에 가까이 가져오면서, 책상 위 인테리어를 도울 수 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경룡, 최하연 대학원생과 박 교수가 함께 제작한 솔디는 지난 9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독일 레드닷 어워드(Red Dot Award)에서 본상을 수상했다. 이어 2()에는 일본 굿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해 지 마크(G Mark)’를 부여받았다. 두 번의 수상과 더불어 오는 11월에는 두바이 디자인 위크에 초청받아 전시에도 나선다.

박영우 교수는 “솔디의 디자인은 어떤 가구 위에서도 스타일리쉬한 작업 공간을 만들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납땜기라는 속성에도 불구하고 가정 생활공간 어디에나 어울리는 데스크 오브제로 활용이 가능하다”며 “납땜하는 것을 마치 펜으로 종이에 글을 쓰는 것처럼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하는 행위로 탈바꿈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솔디는 펜 모양의 인두와 연필꽂이 모양으 스테이션, 그리고 종이를 형상화한 플레이트로 구성된다. | 사진: 박영우 교수팀

솔디는 펜 모양의 인두와 연필꽂이 모양으 스테이션, 그리고 종이를 형상화한 플레이트로 구성된다. | 사진: 박영우 교수팀

솔디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됐다. 펜 형태의 인두’, 연필꽂이 모양의 스테이션’, 그리고 종이를 형상화한 플레이트다. 인두를 스테이션에 있는 자석 커넥터에 거치하면 열이 발생하는데, 20초 정도 지나면 작업 가능한 온도(420°C)가 된다. 한 번 달궈진 인두로는 약 5분간 납땜을 진행할 수 있다. 무선 인두를 적용한 솔디는 순간적으로 납땜을 하고, 빈번하게 거치대에 놓는 납땜 작업의 패턴을 반영해 사용자의 경험을 개선했다.

 

또한, 인두에 열을 전달하는 스테이션에는 충전 가능한 배터리가 장착돼 있다. 즉, 스테이션만 충전돼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배터리는 충전 없이 최대 6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만년필 형태의 인두는 어디서나 편리하게 납땜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 사진: 박영우 교수팀

만년필 형태의 인두는 어디서나 편리하게 납땜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 사진: 박영우 교수팀

박영우 교수는 “3D프린터의 발달 등으로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메이커 문화가 점차 발달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전문가의 도구로만 생각했던 것들을 문구처럼 일상화하는 작업은 메이커 문화를 더 큰 물결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솔디는 오는 11월 12일(화)부터 16일(토)까지 두바이 디자인 위크의 ‘글로벌 그라드 쇼(Global Grad Show)’에 전시된다. 그라드 쇼는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RCA), 매사추세츠 공대 미디어 랩(MIT Media Lab), 에인트호번 공과대학(TU Eindhoven) 등 세계 최고수준의 디자인-융합 교육기관에서 제출한 1만 5천여 개의 디자인 프로젝트 중 1%만을 선발해 초청 전시한다. 박영우 교수는 지난 2018년 운동가구 ‘스툴디(stool.D)’로 초청받은 데 이어 2년 연속 두바이 디자인 위크에 작품을 전시하게 됐다.


[행복한 안전칼럼]태풍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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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년과 달리 올해 한반도는 벌써 7개의 태풍 영향을 받았고, 19호 태풍 하기비스까지 영향을 준다면 최고 기록인 8개가 된다. 특히 10월2~3일 양일간 남부지역을 휩쓸고 간 태풍 미탁은 강한 호우 피해를 야기해 10명의 사상자와 막대한 재산피해를 초래했다.

울산의 경우도 산악지형의 영향으로 매곡 등에서 호우로 인한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2016년에도 태풍 차바로 인해 울산은 2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경험했다. 특히 가을 태풍 차바는 시간당 130mm 달하는 집중호우를 동반해 태화강이 범람하는 홍수로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의 상승과 한반도 주변의 기후조건의 변화로 가을철 태풍이 한반도를 통과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가을철 태풍은 상층의 찬 공기와 태풍이 동반한 하층의 따뜻한 공기가 만나 대기가 불안정해져 집중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적 대응일 것이다. 하지만 재난관리의 최종 주체는 국민들이기 때문에 태풍 발생 시 개개인이 능동적으로 적극 대응해야한다. 태풍이 발생해 한반도에 영향을 줄 경우 다양한 매체에서 태풍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태풍의 예상 경로, 강도뿐만 아니라 강수량까지 제공된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기상청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예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생각이다. 선진국일수록 시민들이 기상예보는 100%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에 기상 예측정보에 신뢰도가 높고 이를 믿고 따른다. 우리나라의 예보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지 않기에 기상정보를 적극적으로 믿고 활용해야 혹시 모를 큰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또한 태풍이 와도 내겐 영향이 없을 거라는 안전불감증을 버리고, 피해자가 나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 태풍 차바에 의한 집중호우가 전날 예보되었지만 많은 시민들은 방심하고 태화강 주변에 차량을 주차해 피해가 컸던 반면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미국의 허리케인 매슈의 경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대피명령을 따라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개인의 재산과 생명은 스스로 지킨다는 능동적인 자세로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

태풍은 종류에 따라 야기하는 피해 특성이 다를 수 있다. 태풍의 피해는 크게 홍수, 강풍, 폭풍해일 세 가지로 나눠진다. 올해 서해안을 강타한 링링의 경우 호우보다는 강풍 피해가, 남부지역을 통과한 미탁의 경우는 호우피해가 컸다. 2003년의 매미의 경우에는 강풍뿐만 아니라 폭풍해일의 피해도 컸다. 태풍 종류에 따라 평소 자신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예상되는 피해에 맞춰 대응해야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차동현 울산시민안전포럼 부대표·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9년 10월 11일 경상일보 18면 ‘[행복한 안전칼럼]태풍 피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여러 상대의 불만을 줄이기 위한 의사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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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는 불안, 슬픔, 화 등의 부정적 감정에 휩싸인 사람들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간다. 모든 것을 바로잡는 것은 아니다.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 대한 슬픔에 공감하고 일상생활을 해 나가도록 돕지만 사건 자체를 바로잡지는 못한다. 일상이 무너진 내담자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듣기’다. 자신이 무엇으로 인해 힘든지 본인도 모르니 함께 찾아가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이런 ‘듣기’ 기술은 일대일 상황이 아닐 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필자는 4년 전부터 50명 규모로 마음, 행동, 뇌의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다. 첫 학기 강의 만족도가 500여개 강의 중 하위 97.5%로 나와 충격을 받아 선배 교수님들께 여쭤봤다. 처음에는 다양한 기대를 가진 학생들이 신청해서 실망했다가 학생들 사이에 어떤 수업인지 알려지면 만족도가 오른다고 하셨다. 그런데 3학기가 되도록 100명 중 뒤에서 2~3등인 강의 만족도는 변하지 않았다. 강의평가 사이트 익명후기는 괜찮은데 학교의 일괄평가 점수는 왜 변화가 없을까? 아는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좋았다고 하는데 뭐가 문제일까? 매번 인원 초과로 추가신청을 하는데….

일괄평가의 주관식 불만족 답변에 힌트가 있었다. 내용이 많다. 과제가 적다. 어렵다. 쉽다. 극과 극의 반응이라 직접 강의 안에서 익명 설문을 했다. 큰 노력 없이 쉽고 재밌게 듣고 싶었던 사람에게는 용어 등 어려운 점이 많았고, 배경지식이 있어 더 깊이 공부하고 싶었던 사람에게는 다양한 주제를 조금씩 다루는 점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답을 얻었다. 교양으로 분류되어 있어 교양 필수학점을 채우기 위해 들었는데 원하던 것과 달랐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에 두 학기에 걸쳐 조금 더 천천히 깊이 배우고 전공 선택과목으로 분류를 조정하여 성격을 확실히 했다. 그리고 첫 주 강의시간을 모두 할애하여 강의의 목적과 대상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설명했다. 보통 대학 강의가 첫 시간에 전체 수업 일정을 설명하고 출석을 확인하는 정도인데 비해 큰 차이다.

학생들의 숨은 이야기를 듣고 내가 전하고 싶은 바를 강조하니 97~98등인 만족도는 90등이 되었다. 여기에 강의계획에 대해 간단한 쪽지시험과 함께 수강신청 변경 기간 내에 작은 시험을 추가하니 몇 명이 수강을 취소했고 강의 만족도는 70~80등 대로 올랐다. 이 정도면 여전히 신청인원이 초과되는 상황에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태도나 열의도 더 좋아졌다.

익명 설문을 통해 강의록 배경색을 조정하는 등의 개선도 있었지만 가장 기본적인 발전 요인은 ‘충족할 수 없는 기대’를 가진 상대에게 미리 설명한 것이라 생각한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없어서 안타깝지만 이 강의의 목적과 형태가 이러하니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힘을 들여 전달한 것이다. 시간과 에너지가 들더라도 말이다.

필자는 5000명의 학생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부속기관을 운영한다. 매년 학교 부서들의 만족도 결과를 받으면 속이 상한다. 언제든 아플 수 있는데 밤이나 휴일에도 당직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기숙사에서 너무 멀리 있으니 분소를 만들어주세요. 부서원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요구다. 병원도 아닌 학교에 당직 의료인을 두는 것이 가능한가? 어디서든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작은 캠퍼스인데 분소를 운영하라고? 그런데 잘 들어보면 급할 때 어떤 도움을 받아야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나, 응급실에 갈 정도는 아닌데 구급약품을 구할 수 없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에 벽걸이 구급함을 설치하고 휴일, 야간 의료기관 안내를 강화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불만족한 상대방은 엉뚱한 요구를 할 수 있다. “그 사건이 없었으면…”이라는 표현을 듣더라도 거기에 실린 의미를 잘 들어야 한다. 안타까움을 공감하고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함께 찾아야 한다. 상대가 여럿이라면 비슷한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이 사실은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은 안타깝지만 더 나아지는 방안을 제시하고 공유할 때 올바른 소통의 시작이 될 것이다.

정두영 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 헬스케어센터장

<본 칼럼은 2019년 10월 11일 경상일보 18면 ‘[경상시론] 여러 상대의 불만을 줄이기 위한 의사소통’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꿈의 소재 그래핀, 우리 삶으로 더 가져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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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우 화학과 박사(지도교수 신현석)가 2019 대한화학회 우수박사학위논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2월 박사학위를 취득하기까지 탁월한 연구 성과를 이뤄낸 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화학분야 국내 최대 학술단체인 대한화학회는 매년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중 학위과정에서 우수한 업적을 쌓은 연구자를 발굴해 우수박사학위논문상을 수여하고 있다. 올해 수상자는 총 5명이다.

김광우 박사는 그동안 ‘육방정계 질화붕소(화이트 그래핀, 이하 ’질화붕소‘)’을 이용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래핀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는 절연체 물질인 질화붕소는 그래핀과 함께 활용할 때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광우 박사는 “전기와 열 전도성이 높으면서 동시에 강도도 강한 그래핀은 꿈의 소재로 각광받아왔지만, 경계부분의 불순물에 의한 성능 저하 등 실제 적용에 있어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며 “질화붕소를 이용한 그래핀 가장자리 처리기법을 개발하는 것은 현재 그래핀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김광우 박사는 화이트 그래핀이라 불리는 육방정계 질화붕소 관련 연구를 주로 수행해왔다. | 사진: 김경채

김광우 박사는 화이트 그래핀이라 불리는 육방정계 질화붕소 관련 연구를 주로 수행해왔다. | 사진: 김경채

지난 1월 발표한 ‘그래핀 양자점’ 제작 기술은 이러한 김광우 박사의 노력이 가져온 중요한 성과다.

그래핀 양자점은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입자로, 차세대 디스플레이나 바이오 이미징, 센서 등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러한 그래핀 양자점을 얻기 위해선 흑연 덩어리를 물리적 혹은 화학적 방법으로 처리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게다가 이 방법들은 원하는 모양의 양자점을 얻기 힘들뿐더러 제작과정에서 각종 불순물에 의한 오염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김 박사는 백금촉매를 이용해 질화붕소를 그래핀으로 치환하는 방법을 이용해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래핀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질화붕소는 고온 환경에서 메탄가스를 주입했을 때 그래핀으로 치환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 치환이 일어나는 백금 촉매 기판을 나노 수준에서 조절해 원하는 모양의 그래핀 양자점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해 제작된 양자점은 균일한 배열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성능 저하 없이 안정된 전하 수송 특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차세대 소재의 등장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를 모은 이 연구 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김광우 박사는 이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관련논문 바로가기)

지난 1월 그래핀 양자점 관련 연구 성과가 발표됐다. 왼쪽부터 홍석모·김광우·윤성인 연구원과 신현석 교수. | 사진: 김경채

지난 1월 그래핀 양자점 관련 연구 성과가 발표됐다. 왼쪽부터 홍석모·김광우·윤성인 연구원과 신현석 교수. | 사진: 김경채

김 박사는 지난 2009년 UNIST 학부 1기로 입학, 학부 3학년 때부터 연구실 생활을 시작했다. 학부시절 수업에서 만난 그래핀 관련 연구는 관심과 적성에 잘 맞았다. 마침 대학원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쯤 IBS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이 학교에 입주하면서 그래핀 관련 연구에 탄력이 붙기도 했다. 올해 2월 박사학위 취득 후 신현석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해외로 진출해 연구를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김광우 박사는 “그래핀의 이론적 특성을 현실세계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애물들을 해쳐나가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새로운 물질의 합성과 그 특성 분석에 집중해왔는데, 앞으로는 이렇게 개발된 2차원 소재를 어떻게 응용해나갈지에 대해서까지 연구 분야를 확장해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제124회 대한화학회 학회상 시상식은 오는 10월 17일(목) 창원에서 열리는 학술발표회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T단상]경험하지 못한 대형 화학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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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일주일 동안의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도착한 인천국제공항에서 처음 마주한 언론 기사는 울산 석유제품운반선 폭발사고였다. 울산대교 뒤로 솟아오른 거대한 불기둥 사진은 충격 그 자체였다. 유해물질과 화학사고 관련 연구를 수행하면서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화학사고 사례를 봤지만 이번처럼 생생한 사고 영상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영화에서나 본, 화염이 치솟는 장면은 현장에 있지 않아도 공포감을 느끼게 했다. 다행히 선원들은 모두 구조되는 등 사고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는 적었다니 천운이 아닐 수 없다.

울산은 1962년 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급격한 산업화를 거치며 환경오염 대표도시로 악명 높았다. 2000년대 이후에 태화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연어가 돌아오고 수영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생태환경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에는 태화강이 국가 정원으로 지정됐다.

울산을 여전히 산업도시로만 아는 사람이 많겠지만 알고 보면 울산은 산, 강,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관광자원 도시다.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대표 유물이다.

그러나 잦은 화학사고와 대기오염은 친환경 도시로 변모해 가는 울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울산은 여전히 중화학공업이 핵심 산업이기 때문에 화학사고에 취약하다. 울산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산업도시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화학물질 물동량과 사용량이 많으면 육상과 해상 화학사고 발생 가능성이 짙다. 울산은 산업단지 시설도 노후화돼 대형 화학사고 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도시다.

재난 분야에서 잘 알려진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대형사고에 앞서 중소형 사고와 크고 작은 문제가 먼저 발생한다. 경험상 대형사고, 중소형사고, 크고 작은 문제 발생 비율은 1:29:300이다. 이번 울산 폭발사고는 29에 해당하는 중형 사고로 보인다. 아직 전국 재난 수준의 대형 화학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짙다는 의미다.

2012년 경북 구미 불산누출 사고를 계기로 환경부 산하에 화학물질안전원이 생겼고, 다부처가 참여하는 화학재난 합동방제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중소형 화학사고 대응시스템은 대체로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재난 수준의 대형사고 대응 방안이나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지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울산을 비롯한 주요 공업도시는 아직까지 재난 수준의 대형 화학사고 대응 경험이 없다.

다소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화학 테러를 주제로 만든 영화 ‘판도라’와 ‘엑시트’ 같은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졌을 때 정부나 지자체는 이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초대형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사고물질 파악에서 확산 예측, 방제, 구조, 대피 계획 등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 화학사고 연구 과정에서 만난 일선 소방대원은 “대형 화학사고가 터지면 아무 대책이 없다. 그냥 도망가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울산 폭발사고 때 해경 구조대원은 마스크를 썼지만 구토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주거 지역 근처 산업단지에서 비슷한 화학사고가 발생한다면 심각한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없다.

화학사고 진압 이후도 중요하다. 화학물질이 얼마나 유출됐으며 화학반응으로 새로운 유해물질이 생성되지는 않았는지, 화재로 발생한 미세먼지는 불완전연소로 생성된 발암물질을 얼마나 함유하고 있는지, 이러한 대기오염물질은 어떻게 주변으로 확산하는지, 대응 요원과 시민은 얼마나 오염물질에 노출됐는지 등의 확인이 필요하다.

화학사고 전후 대응 과정은 단순 사고처리 보고 차원이 아닌 연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해당 사고를 상세히 기록하고 분석해 대응 절차와 부처별 협업 등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축적해야 이전까지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대형 화학재난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 이미 범정부 차원에서 재난 수준의 화학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상세 매뉴얼이 있고 현장 대응 기술도 개발돼 있는데 단지 보안상 이유로 공개하지 못할 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글이 나 혼자만의 기우였으면 좋겠다.

최성득 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본 칼럼은 2019년 10월 9일 전자신문 26면 ‘[ET단상] 경험하지 못한 대형 화학사고’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

 

UNIST 연구성과 3건, ‘2019 국가연구개발우수성과 100선’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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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0월 7일 발표한 ‘2019년 국가연구개발(R&D) 우수성과 100선’에 UNIST 연구성과 3건이 선정됐다. 올해 선정된 성과는 ▲기계·소재 기술분 야 21건 ▲생명·해양 분야 23건 ▲에너지·환경 분야 17건 ▲정보·전자 분야 19건 ▲융합기술 분야 10건 ▲순수기초·인프라 분야 10건이다. UNIST에서는 생명·해양 분야 1건, 에너지·환경 분야 2건이 선정됐다.

[연구진사진] 좌측부터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서관용 교수, 생명과학부 조윤경 교수,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상영 교수

 

생명·해양분야에 선정된 생명과학부 조윤경 교수연구팀의 ‘현장진단용 미세칩 전자동 밸브제어 기술’은 환자의 혈액이나 소변 내 극미량 존재하는 암세포(혈액순환 종양세포), DNA 등을 분리하는 소형 디바이스에 적용된다. 혈액 내 암세포 등을 추출하는 기존 방법은 대형 장비와 복잡한 시료 준비 과정이 필요한데, 연구팀은 이를 개선하여 보다 쉽고 간단하게 암 등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이 기술은 국내기업에 이전돼 다양한 상용 제품에 활용되고 있다.

에너지·환경 분야에 선정된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상영 교수팀은 ‘2017 국가연구개발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된 데 이어 이번에도 우수성과를 배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화염 속에서도 작동하는 플렉서블 바이폴라 전고체 리튬전지’는 전지의 전해질로 액체대신 고분자를 이용해 리튬전지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높였다. 고온에서도 리튬전지가 폭발하지 않고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역시 에너지·환경 분야에 선정된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서관용 교수팀은 ‘유연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개발’ 기술로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상용화된 태양전지 재료인 결정질 실리콘의 경우 유연성이 없어 굴곡진면이나 움직이는 면에서 적용이 어려웠다. 서관용 교수팀은 실리콘 두께가 얇아 부드럽게 구부러지면서도 태양광 흡수율은 높은 ‘유연 실리콘 태양전지’를 개발해 문제를 해결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의 역할에 대해 국민들의 이해와 관심을 제고하고 과학기술인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자 2006년부터 매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우수성과 100선을 선정하고 있다.

우수성과로 선정된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의 인증서와 현판이 수여되고 관련규정에 따라 사업과 기관 평가 등에서 가점을 받게 되며, 사례집으로도 발간되어 배포된다. 선정된 연구자는 국가연구개발 성과평가 유공포상(훈·포장,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 등) 후보자로 추천되고, 신규 연구개발(R&D) 과제 선정에서 우대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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